본문 바로가기

경제상식

안 팔리던 것들이 모여 대박이 된다, 롱테일 법칙

반응형

부제: 상위 20%의 히트 상품보다 하위 80%의 틈새 상품이 더 큰 시장을 만든다는 온라인 시대의 역설, 롱테일 법칙

들어가며

동네 서점에 가면 잘 보이는 매대에는 늘 베스트셀러 몇 권만 놓여 있습니다. 공간이 한정되어 있으니 잘 팔리는 책 위주로 진열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온라인 서점에서는 사정이 전혀 다릅니다. 1년에 한두 권 팔릴까 말까 한 책까지 수백만 종이 모두 목록에 올라 있고, 놀랍게도 이런 '안 팔리는 책들'의 매출을 다 합치면 베스트셀러 못지않은 규모가 됩니다. 이렇게 잘 팔리지 않는 다수의 상품이 모여 거대한 시장을 이루는 현상을 '롱테일 법칙(The Long Tail)'이라고 부릅니다.

1. 롱테일 법칙이란 무엇인가

롱테일 법칙은 판매량이 적은 수많은 비인기 상품의 매출을 모두 더하면, 소수의 인기 상품이 올리는 매출을 능가하거나 그에 맞먹는다는 개념입니다. 상품별 판매량을 많이 팔린 순서대로 그래프로 그려 보면, 앞쪽에는 소수의 히트 상품이 높이 솟아 있고 뒤로 갈수록 판매량이 낮은 상품들이 길게 이어집니다. 이 길게 늘어진 꼬리 부분이 마치 동물의 긴 꼬리처럼 보인다고 해서 '롱테일(긴 꼬리)'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2004년 미국의 크리스 앤더슨이 잡지 기고문에서 처음 개념을 제시하며 널리 알려졌습니다.

2. 왜 롱테일이 가능해졌을까

과거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진열 공간과 재고 비용이라는 물리적 한계 때문에 잘 팔리는 상품만 취급하는 것이 합리적이었습니다. 안 팔리는 상품을 진열대에 올려 두는 것은 곧 비용 낭비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온라인 환경에서는 진열 공간이 사실상 무한하고, 상품을 목록에 하나 더 올리는 데 드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습니다. 여기에 검색 기능과 추천 알고리즘이 더해지면서, 소비자는 아무리 구석에 있는 상품이라도 손쉽게 찾아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공간의 한계가 사라지고 상품을 찾는 비용이 낮아지자, 그동안 묻혀 있던 꼬리 부분의 상품들이 비로소 팔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3. 일상과 경제 속 롱테일

롱테일은 오늘날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여러 서비스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수천만 곡을 담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는 유명 가수의 히트곡뿐 아니라 이름 없는 인디 뮤지션의 노래도 꾸준히 재생됩니다. 방대한 영상 목록을 갖춘 동영상 플랫폼에서는 오래된 다큐멘터리나 마니아용 콘텐츠가 저마다의 관객을 만납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파는 희귀한 취미 용품, 앱 마켓의 수많은 소규모 앱들도 모두 롱테일의 사례입니다. 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예전에는 구하기 어려웠던 나만의 취향에 딱 맞는 상품을 이제는 어렵지 않게 살 수 있게 된 셈입니다.

4. 경제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

롱테일 법칙은 '소수의 인기 상품에 집중해야 한다'는 오랜 상식에 균형추를 더해 줍니다. 물론 히트 상품의 힘은 여전히 강력하지만, 무시당하던 틈새 수요들을 모으면 그 자체로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 된다는 점을 일깨우기 때문입니다. 이는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를 뜻합니다. 거대한 히트작 하나에만 승부를 걸지 않고, 다양한 취향을 폭넓게 담아내는 전략으로도 성공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다만 롱테일이 마법처럼 저절로 작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소비자가 꼬리 속 상품을 발견하도록 돕는 검색과 추천의 힘이 뒷받침되어야 비로소 잠자던 수요가 매출로 이어집니다.

5. 슬기롭게 활용하는 법

롱테일의 원리는 사업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힌트를 줍니다. 남들과 똑같이 인기 있는 분야에서 경쟁하기보다, 작지만 확실한 수요가 있는 나만의 틈새를 찾는 편이 오히려 유리할 수 있습니다. 좁고 깊은 전문성, 특정 취향을 겨냥한 콘텐츠, 소수의 열성 팬을 위한 상품은 비록 시장은 작아도 경쟁이 덜하고 충성도가 높습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원하는가'뿐 아니라 '얼마나 꾸준히, 깊이 원하는가'를 함께 보는 시선입니다. 넓고 얕은 인기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 그것이 롱테일이 알려 주는 교훈입니다.

마치며

롱테일 법칙은 '잘 안 팔리는 것'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바꿔 놓았습니다. 하나하나로는 보잘것없어 보이는 상품도, 기술의 힘으로 한데 모이면 거대한 흐름이 됩니다. 세상의 주목은 늘 화려한 상위 몇 개에 쏠리지만, 진짜 시장의 크기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긴 꼬리 안에 숨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다음에 좋아하는 음악을 스트리밍하거나 온라인에서 남다른 물건을 발견했을 때, 그 뒤에 조용히 작동하는 롱테일의 원리를 한 번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요.

반응형